이대섭 기자
李대통령,"역사에 죄짓지 말아야죠“
"피말리는“ 며칠 관세협상 과정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31일 새벽까지 이어졌던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역사에 죄는 짓지 말자”는 말을 남겼다는 일화를 공개했다.
강 실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렇지 않은 얼굴 밑으로 피말리는 심정을 숨겼던 지난 며칠이었다”며 한미 관세협상 과정의 소회를 밝혔다.
강 실장은 “한쪽에서는 계산에 계산이 거듭됐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는 없을까. 피치 못할 상처를 최대한 줄이는 길이 무엇일까”라며 “대통령은 자주 답답해했다.
평소에 막힘없던 그가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고,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고 했다.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마지막 3실장 회의를 마치고 장관들과의 화상통화도 마친 뒤 “제 방으로 갑시다”라며 강 실장을 호출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방에 앉아 한동안 말이 없다가 “강 실장님, 우리 역사에 죄는 짓지 말아야죠”라고 나지막이 말했다고 강 실장은 전했다.
강 실장은 이날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마무리한 후 “대통령에게서 ‘점심하러 가시죠’라던 말씀을 들었을 때, 비로소 뭔가 한 단락이 지어졌다는 게 실감났다”며 “내장국 한 그릇으로 회포를 풀고, 시민들을 만나 웃음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대통령실에서 가진 고위공직자 워크숍에서 특강에서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공개적인 메시지를 자제한 것을 두고 "(제가) 말을 하면 악영향을 주니까 말을 안 했던 것"이라며 "제가 이빨이 흔들려서 사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가만히 있으니까 진짜 '가마니' 인줄 알더라"고 농담을 건넸다.
이 대통령은 "오리도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우아한 자태로 있지만 물밑에서 얼마나 생난리인가"라며 "가까이에 있는 참모들은 우리가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좁게 보면 기업들의 해외 시장에 관한 얘기기도 하지만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들 부담일 수도 있고 그 결정 하나하나가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며 "지금 대한민국이 흥망의 갈림길에 서 있지 않나 생각할 때가 있다.
계속 플러스 성장 발전의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아예 퇴행의 길을 갈 것인지 분기점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