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섭 기자

문 열린 '통일교 게이트'통일교, 대선 직전 "우리가 캐스팅보트…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11일 통일교 측이 특검 수사 과정에서 언급한 여야 정치인은 5명이라고 밝혔다. 여권이 3명, 야권이 2명이다. 이들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번 의혹이 ‘통일교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일교가 실제 접촉했거나 접촉을 시도했다는 정관계 유력 인사는 5명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한목소리로 특검 수사를 주장하고 있다.
통일교가 20대 대선을 교단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울 기회로 보고 계획적으로 여야 인사들에게 접근한 정황이 민중기 특별검사팀 수사로 드러났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통화 녹취록을 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2월 28일 통일교 핵심 간부에게 "우리가 그래도 캐스팅보트를 할 수 있는 입장이 됐단 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통일교 교단이 교회뿐 아니라 학교·기업체 등을 산하에 둔 만큼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위세가 있는 조직임을 자신하는 취지다. 해당 통화는 20대 대선(3월 9일)을 불과 9일 남겨둔 시점에서 이뤄졌다.
윤 전 본부장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두 개 라인으로 접근했다”며 청와대와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있던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라인을 언급했다.
국민의힘과 관련해선 “윤석열 후보의 ‘기획 플래너’를 포함한 3개 라인으로 어프로치(접촉)했다”며 국민의힘 권성동 권영세 이철규 나경원 의원 등의 실명을 거론했다. 권성동 의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의원들이 이들과 실제로 만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녹취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통일교가 기획 중이던 ‘한반도 평화서밋’ 행사에 참석하는 해외 주요 인사들과 여야 대선 후보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방안을 여러 차례 논의했다. 윤 전 본부장은 “뭔가 베팅을 해야 하는데 지금 자금을 넣을 것도 아니니까 40만 불이든, 50만 불이든 우리가 후원한다고 치고 정리하자는 것”이라며 “보험을 드는 것”이라고 이 씨에게 말했다.
그는 당시 접촉했던 여야 정치권에 대해 “‘통일교 어머님(한학자 총재)은 안 엮이고 싶다’는 게 똑같았다”며 “몇 명이든 (통일교에) 신세를 지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이재명 후보 측과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스테픈 커리의 화상 대담을 조율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이 씨가 “젊은 애들 표를 가져올 수 있는 커리 같은 경우 가볍게 연결해 주면 자기들이 비용 대고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하자,
윤 전 본부장은 “1시간 자기 (농구) 코트에서 대담하는데 100만 불 가까이 됐다”며 “(미국) 민주당 쪽은 11∼12명 어프로치 해놨다”고 했다.
이 씨는 당시 이 후보의 최측근이었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이름을 거론하며 “한번 나중에 보자고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정 장관은 통일교 측과 만나지 않았다. 정 장관 측은 “통일교 측에서 연락이 오긴 했지만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통일교와 민주당의 연결 고리로 지목받고 있는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언론에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것은 완전히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원조 친명 모임인 ‘7인회’ 멤버인 임 전 의원은 통일교 천무원 선교정책처장을 지낸 이모씨와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민주당 세계한인민주회의 부의장을 지냈는데, 2023년 4월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이씨에게 직접 당직 임명장을 수여했다.
임 전 의원은 “대통령은 그냥 임명장만 준 것이 전부인데 사진이 찍히다 보니 몰아가는 것”이라며 “이씨가 통일교 관련자인 것도 몰랐다가 나중에 알았지만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고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다.
임 전 의원은 한학자 총재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제가 만난 적도 없는 한 총재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금품수수 의혹 관련 보도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저질 물타기 정치공작”이라고 밝혔다. 언론 공지를 통해서도 “저에게 만약 조금이라도 문제 소지가 있었다면 특검이 지금까지 아무 조치 없이 그냥 뒀겠느냐”라며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천만 원 금품에 명품 시계까지 수수했다고 지목받는 전재수 장관 등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5인으로 묶어 열거하는 것 역시 금품수수 의혹의 외관을 인위적 작출(외관을 의도적으로 꾸미는 행위)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규환 대한석탄공사 사장(전 미래통합당 의원)도 “윤 전 본부장이 내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 보도는 명백히 사실이 아닌 허위, 거짓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윤씨와의 개별 만남, 사적 교류 등 어떤 관계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