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섭 기자

'與 "정청래에 경고“ 유리할 때마다 '긁어 부스럼 대통령실 입장 분명히 한것"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재판중지법' 처리를 공식화했다가 대통령실로부터 '공개 경고'를 받고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입장을 바꿨다. 당은 '급발진'을 하고, 용산은 이를 막아세우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여권 내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이재명 대통령과 활짝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본인 페이스북에 "오늘의 포토제닉"이라며 올렸다. '당정 엇박자'란 해석이 계속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앞서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재판중지법 연내 처리 가능성'을 언급하자,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서 제동을 걸었다. 강 실장은 여당 지도부를 향해 "더 이상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며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4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대통령실 입장 발표가 정 대표를 향한 경고성 메시지냐'는 질문에 "경고성이라기보다는 대통령을 정쟁 중심으로 끌어들이지 말아 달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용우 원내부대표도 BBS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서 "당 지도부에 대한 경고라기보다 현 상황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이해해 주면 된다"고 했다.

앞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날(3일) "당에 사법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재판중지법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않아 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혀 야당뿐 아니라 여당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2일 이 법의 '최우선 처리 가능성'을 언급했던 민주당은 3일 당 지도부 간담회 및 대통령실과의 조율을 거쳐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문 수석은 "이번 주 우리 당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성과를 홍보하는 기조였는데 메시지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급하게 (추진하지 않는다는) 논평을 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이 법을 6월17일 본회의에 올릴 예정이었는데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한 법을 올리는 건 정쟁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제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전달했다고 한다"며 "그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고, 당에서 불필요하게 논의되는 자체가 대통령실 입장에선 탐탁지 않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원내부대표도 "이것을 정쟁화하는 국민의힘이 있기 때문에 일단 정리하고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자는 당정 입장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부 엇박자가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게 된 경우도 있었다. 지난 9월엔 여당 투톱인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야당과 '3대 특검법 개정안' 관련 합의를 했다가, 이를 여당이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야당의 반발을 불러왔다.
문제는 야당이 합의 파기를 명분 삼아 '무제한 필리버스터'를 천명했고, 민주당은 민생 법안 수십여개를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했다는 점이다. APEC 직전 야당과의 합의로 뒤늦게 통과시키긴 했지만, 이재명 정부 첫 정부조직법이 금융 거버넌스 개편 제외로 크게 후퇴한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