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섭 기자

백해룡 제기 의혹, 핵심 근거 흔들려 밀수범 셋 다 진술 바꿨다…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백해룡 경정이 “검찰이 밀반입을 은폐했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검찰이 해당 사건의 주요 피의자들을 이미 수개월 전부터 추적해온 정황이 확인됐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백 경정이 2023년 9월 검거한 말레이시아인 마약 운반책 2명(A·B씨)을 사건 발생 7개월 전인 같은 해 2월부터 인지하고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별도의 말레이시아 운반책 3명을 체포했으며, A·B씨를 법무부의 ‘여행자정보시스템(APIS)’에 우범자로 등록했다.
APIS는 입국 전 범죄 이력과 수배 정보를 통해 고위험 인물을 사전에 식별하는 시스템으로, 검찰은 7월 A·B씨의 입국 알림이 뜨자 인천공항에 출동해 세관의 수색을 참관했다.
당시 이온 스캐너 등 최신 장비를 동원했지만 마약은 발견되지 않아 이들의 입국은 허용됐다. 이후 두 사람은 국내에서 활동하다 9월 백 경정 수사팀에 검거됐다.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은 최근 중앙지검의 당시 수사기록을 검토한 뒤 “검찰이 수사를 일부러 덮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 경정이 주장한 ‘세관 직원의 마약 밀반입 연루’ 의혹도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백해룡 경정이 제기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애초 경찰 조사 때 인천 세관 공무원들이 필로폰 반입을 도왔다고 진술했던 말레이시아인 마약 운반책 3명이 검경 합동수사단 조사 등에선 기존 진술을 뒤집은 것으로 4일 알려졌다.
백 경정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었던 지난 2023년 마약 밀수 사건을 수사하다가 말레이시아인 운반책 3명으로부터 인천공항 세관 공무원들이 마약 밀수 과정에서 도움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세관 공무원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다가 외압을 받고 좌천당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최근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내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 수입 사업’을 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백 경정은 “마약 운반책들 증언이 구체적이고 확실하다”고 해왔다. 그러나 운반책들은 마약 밀수·유통 혐의로 기소된 뒤 진술을 이리저리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운반책 A씨는 경찰 수사 단계에선 “자발적으로 밀수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 때는 “말레이시아 조직 상선의 협박과 강요로 어쩔 수 없이 필로폰을 배송받아 유통시켰다”고 말을 바꿨다.
B씨는 경찰 조사 때 세관 직원 안내로 바닥에 그려진 ‘그린 라인(초록색 줄)’을 따라 검사를 받지 않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고 진술했었다.
그러나 관세청은 “그린 라인은 운반책들이 입국 시 세관 직원 도움을 받았다고 주장한 2023년 1월엔 없었고 그로부터 4개월 후인 그해 5월에야 설치됐다”고 했다.
운반책들은 백 경정 팀 조사 때 세관 직원들이 공항 밖 택시 승강장까지 동행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세관 직원들이 당시 공항 건물 밖에 다녀온 출입 기록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