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섭 기자
노만석 "항소 포기 파장, 들끓는 검찰" 총장대행 설명하라 책임론에 사퇴 고심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일선 검사장과 지청장들이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사법연수원 29기)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공개 입장문과 성명을 냈다. 반발이 심화하면서 검찰 내부가 갈라지고 들끓는 모양새다.

10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노 대행과 연수원 동기인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박영빈 인천지검장·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입장문이 게시됐다. 대검 수뇌부를 향한 이례적인 집단 성명이다.
검사장들은 "일선 검찰청의 공소유지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검사장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대장동 개발 비리’ 민간업자 사건을 항소하지 말라고 지시한 데 대해 “파장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말했다.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데 대해서는 “나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겠냐”면서 사의를 표명할 것을 시사했다.
노 대행은 11일 ‘대장동 사건을 항소하지 말라고 했을 때의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제일 걱정했던 것은 무죄 선고였다”면서 “(지난달 31일) 피고인 5명에게 모두 유죄가 선고돼 마음이 편했는데 (항소 불허 지시로) 이렇게까지 파장이 클지 몰랐다”고 했다. ‘대검이 수사팀 항소를 막은 전례를 찾기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도 “살펴보면 많다”고 반박했다.
노 대행은 전날 평검사인 검찰 연구관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용산(대통령실)’과 ‘법무부’ 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권력 눈치를 보고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 있는 대장동 사건의 항소를 막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노 대행은 “검찰총장은 사건만 보는 게 아니라 경영자 입장도 있어서 두루두루 살펴야 한다. 법무부도, 용산도, 국민도 두루두루 살피고 결정해야 하는 자리라는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며 “특정 사건에 대해 얘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짚었다.
이어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되짚어 양측 엇갈리는 입장을 대비해 지적했다.
검사장들은 그러면서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노 대행의 추가 설명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내고 노 대행에게 항소 포기 경위와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차치지청(차장검사를 둔 지청)을 지휘하는 지청장들로, 청장 바로 아래에 부장검사를 둔 지청(부치지청)보다 규모가 큰 중요 지청을 이끄는 고참 지청장들이다.
또한 노 대행은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항소 기한 마지막 날인 지난 7일쯤 전화해 ‘큰일 났다’며 항소하지 말라고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이 차관이 그렇게 말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이나 정성호 법무장관 연락을 직접 받았냐는 질문에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으로 누구로부터 언제 법무부의 ‘부정적’ 의견을 들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노 대행은 거취 표명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도 “나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겠습니까. 저도 많이 지쳤어요”라고 말해 조만간 사의를 표명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노 대행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지 않았다. 노 대행은 “(지난 7일 이후) 3~4일 간 시달려 몸이 많이 아파서 (하루) 쉬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