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섭 기자

김은혜 '딸 부동산' 언급에 발끈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왜 가족을 엮어"김병기 '버럭' 제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8일 국회에서 야당 의원 질의에 고성으로 항의하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나서서 제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 핵심 참모이자 장관급인 정책실장이 국회 공개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말릴 만큼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라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나왔다.
김 실장은 이날 대통령실 내년도 예산안을 논의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대통령실 3실장’ 가운데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해 불참했다.

예년처럼 “내년도 예산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위원님들의 협조를 부탁드린다”는 김 실장의 모두 발언으로 시작한 회의 분위기는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 질의 과정에서 고성으로 바뀌었다.
김 의원은 김 실장의 딸이 서울에 전세로 거주하는 점을 언급하며 “전세금은 누가 모은 겁니까”라고 했다. 지난 9월 공직자 재산 공개에 따르면 김 실장 장녀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호아파트(81.39㎥) 절반의 전세권(3억원)을 갖고 있다. 김 실장은 “딸이 저축을 한 게 있고, 제가 좀 빌려준 게 있다”고 했다.
김 의원과 김 실장은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서로 "역지사지해야 한다"(김 의원), "왜 가족을 엮느냐"(김 실장)며 설전을 벌였다.
김 실장은 이후에도 계속 화를 내면서 반발하자 김 실장 옆자리에 앉은 우상호 정무수석이 만류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원내대표인 김병기 위원장은 5차례 넘게 김 실장을 불렀지만 멈추지 않자 "여기가 정책실장 화내는 곳이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김 실장은 그제야 "송구하다"며 그쳤다.
김 의원은 직후 의사진행발언에서 "김 실장 가족을 문제 삼은 질의가 아니라 청년층의 현실과 괴리된 정부의 주거정책 방향을 비판한 것이었다"면서 "내년도 예산을 보면 디딤돌 등 사업 예산은 3조7천억원 줄어든 10조3천억원"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김 실장이 격앙된 반응을 보인 데 대해, 한 여당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정책 주요 입안자인 김 실장의 그간 느꼈던 감정과 스트레스가 드러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실장의 행동이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