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섭 기자

계엄 1년째 "사과하자" "투쟁하자"…지지율 24%에 갇힌 국힘
계엄을 겪은 시민이 보기엔 여전히 국민의힘의 원죄 느닷없이 발령된 12·3 비상계엄의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했던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은 24%(한국갤럽, 12월 10~12일)로 떨어졌다.
이후 네 번의 계절이 바뀌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해 여당에서 야당이 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놀랍게도 여전히 24%(한국갤럽, 11월 18~20일)를 기록 중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되는 등 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있지만 국민은 여전히 국민의힘에 마음을 열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처럼 지지율이 옴싹달싹하지 못하고 있는 건 국민의힘이 여전히 계엄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엄에 대한 사과나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여부를 두고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갑론을박만 이어간 게 벌써 1년 째다. 10·15 부동산 대책 부작용,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 등 집권 여당의 악재가 쌓여가고 있지만 계엄을 겪은 시민이 보기엔 여전히 국민의힘의 원죄가 더 큰 셈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연이어 당에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주문했다. 다음 주면 계엄 선포 1주년을 맞고, 내년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둔 시점인데도 당이 ‘내란 프레임’ 속에 갇혀 호응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은 흐트러진 전열부터 정비해야 한다며 지지층 결집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다.
최근 오 시장과 박 시장은 각각 국민의힘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서울과 부산은 내년 지선 최대 격전지이자 승부처로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지역들이다. 오 시장과 박 시장은 현역으로서 재도전이 유력하게 점쳐지는데, 당 지지율이 계속 박스권에 갇혀 있자 계엄·대선 이후 ‘당심(黨心)과 민심’의 괴리를 원인으로 보고 당의 각성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 지도부와 원내는 이런 위기감과 다소 동떨어진 분위기다. 장동혁 대표는 전날 전국 원외 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민주당을 우리 싸움터로 끌고 와 체제 전쟁에 나서야 한다”며 ‘체제 전쟁’을 거듭 강조했다.
장 대표는 “나라를 망가뜨리는 것은 민주당인데 왜 우리가 뒤로 물러서야 하나”라며 “우리가 무엇을 한다고 해서 민주당이 이 전쟁을 끝내 주겠나”라고도 했다.
상식의 눈높이로 보면 간단히 풀 수 있는 걸 아직도 헤매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국민의힘을 이끄는 장동혁 대표 또한 강경 일변도라는 것도 큰 문제다.
장 대표는 이날 원외 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민주당은 고개를 숙이면 고개를 부러뜨리고, 허리를 숙이면 허리를 부러뜨릴 것”이라며 “우리가 무엇을 한다고 해서 민주당이 이 전쟁을 끝내주겠냐”고 했다. 계엄 사과를 한다고 해서 얻을 게 없다는 강경파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발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