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섭 기자

"계엄 악몽 끊자" 요구에도 장동혁, 빗발치는 ‘계엄 사과’ 요구 일축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1일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 것 자체가 과거에 머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당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사과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소장파를 중심으로 ‘계엄 사과’가 이어지면서 당내 균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인천에서 열린 ‘민생 회복 법치 수호 국민대회’에서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 자체가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라며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지켜내기 위해 제대로 싸우는 것이 답”이라고 말했다.
계엄 사과,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등을 ‘과거’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끊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날 국민의힘에선 비주류와 소장파를 중심으로 계엄 사과가 잇따랐다. 4선 중진 안철수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시민의 삶은 작년 12월 3일을 계기로 완전히 무너졌다. 그를 회복시킬 의무가 있는 정치는 온갖 혐오와 분노를 재생산하느라 바빴다”면서 “죄송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친한(친한동훈)계 진종오 의원은 “역사를 되돌렸던 12·3 윤석열 계엄을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양 최고위원은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엄은 계몽이 아닌 악몽이었다”며 “몇몇은 우리 안에 배신자를 만들어 낙인을 찍고, 돌을 던지고, 심지어 목을 매달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 면전에서 계엄에 대해 재차 사과하며 반탄(탄핵 반대)파 김민수 최고위원 등이 당내 사과 요구를 ‘내부 총질’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당이 1년째 계엄의 늪에서 벗어나기는커녕 늪 안으로 더 들어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계엄 직후 국민의힘에선 당시 한동훈 대표뿐만 아니라 추경호 원내대표 또한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명백히 잘못”이라면서 “국정 혼란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사과했었다.
당 지도부를 향한 계엄 사과 촉구 목소리도 더욱 커졌다. 친한계 우재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할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했고, 박정하 의원은 “(장 대표의) 전향적인 메시지가 나오지 않으면 독자적인 메시지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권 엄태영 조은희 최형두 등 재선 의원들도 이날 송언석 원내대표를 찾아 지도부가 사과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장 대표의 계엄 사과를 요구하는) 연판장이 다 돌았으며 (의원) 30명 가까이 서명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