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섭 기자
친명계 견제에 꺾인 ‘1인1표제’… “정청래 지방선거 앞 리더십 타격”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추진해온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가 5일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자신의 핵심 공약이었던 만큼 정 대표 리더십에 타격을 입게 됐다. 정청래 지도부는 당분간 재투표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날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동일하게 하는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 찬반투표 결과 중앙위원 596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1표, 반대 102표로 개정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가결을 위해선 재적 중앙위원의 과반(299명)이 찬성해야 한다.
내년 6·3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의회 비례대표 후보 선출 방식을 권리당원 100%로 변경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도 이날 찬성 297표로 부결됐다.
당 안팎에선 당헌 개정안에 반대하는 중앙위원 들이 조직적으로 불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친명(친이재명)계가 공개 우려를 표명했는데도 당헌 개정을 밀어붙이는 정 대표에 대한 반발이 커졌다는 것.
정 대표는 “당헌 개정안은 당분간 재부의하기는 어렵게 됐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1인 1표제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1인 1표는 일부 의원들이 ‘졸속 개정’이라고 반발하면서 지난달 28일에서 이날로 한차례 중앙위 투표가 미뤄졌었다. 일부 당원들은 “정 대표가 내년 8월 당대표 선거에서 연임을 하려고 졸속 개정에 나선 것”이라며 정 대표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청래 지도부가 약세 지역인 영남권 등 전략 지역 표심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수정안을 받아들이면서 중앙위를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실제 중앙위 직전 의결 단계인 최고위, 당무위에서 1인1표는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당내에선 지도부가 허술한 조직 관리로 재적 과반을 못 채운 것이란 지적과 함께, 정 대표에 대한 비토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대표 공약을 취임 4개월 동안 설득도 못 해놓고 투표율 저조를 부결 원인으로 꼽다니 놀랍다”고 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절차적인 하자가 있을 때마다 지도부는 사과보다는 핑계를 대며 급하게 밀어붙인다는 모습이 보였다”면서 “개정안 내용에 대한 가부보다는 대표에 대한 신임 투표 성격이 있지 않았겠나. 그동안 대통령과 갈등설 등 쌓인 게 많지 않았냐”고 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이날 부결된 지방선거 예비경선 관련 당헌 개정안은 곧바로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1인 1표제는 당분간 재부의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원주권시대에 대한 열망은 여기서 멈출 수 없다”며 추후 재추진 가능성은 열어뒀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정 대표 스타일상 한번 부결됐다고 개혁을 멈추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의원 권한 등 주요 안건을 조금씩 후퇴시켜서라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