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섭 기자

[이대섭기자칼럼]'尹어게인' 선언 장동혁 지방선거 포기하고 당권 선택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는 당내 요구를 거부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윤어게인’ 세력과의 절연 요구를 거부했다.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외연 확장보다 핵심 지지층 결집에 무게를 둔 행보로 읽힌다.
투표율이 낮은 지방선거 특성을 고려한 전략으로 보이지만, 중도층 흡수 없이 선거 승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선거 결과에 상관 없이 당권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장 대표의 속 마음이 그렇다고 해도 이날 드러난 그의 인식은 충격적이다. ‘무죄 추정’ 주장은 계엄이 정당했다는 인식 없이는 하기 어려운 말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계엄은 구국의 결단”이라고 했는데 장 대표가 이와 같은 인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망상에서 비롯된 잘못된 판단으로 수 많은 국민을 실망과 고통, 분노로 몰아넣은 장본인과 그 정당의 대표가 반성이 아니라 강변을 거듭하고 있다. 모두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 다음 날인 20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회견 일정은 40분 전에 긴급 공지됐다.
검은 양복과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1심 판결은 내란죄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의 위법성을 뒤집을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판결문 곳곳에 논리적 허점이 보인다”, “아직 1심 판결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적용돼야 한다”는 등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요구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장 대표는 “사과와 절연을 반복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며 “분열은 최악의 무능”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대통령의 이름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세력,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이야말로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할 대상”이라며 반격했다.
선고 직후 당내에서 분출된 “윤어게인 세력과 즉각 절연해야 한다”(소장파 모임 ‘대안과미래’), “윤석열이 남긴 반헌법적 정치를 단호히 정리해야 한다”(김재섭 의원)는 요구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투표율이 통상 50% 안팎에 그치는 점을 고려해, 우선 투표장에 나올 핵심 지지층을 단단히 다지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장 대표가 회견 말미에 “애국시민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한다. 국민의힘 깃발 아래 모여 힘을 합쳐달라”고 거듭 호소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다만 중도층 확장 없이는 지방선거 승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장 대표의 시선은 ‘선거 이후’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 지지 기반을 강화해 지방선거 결과에 관계 없이 당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장 대표의 이번 입장 발표는 선거를 포기하고 당권을 선택했다는 선언과 같다. 지금 국힘 지지율은 민주당의 절반 수준이다. 이대로면 선거 참패는 피할 수 없다.